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선 결과가 나온 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수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압수수색이 진행되며 전 정권 수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가 향할지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 최형원)는 9일 백 전 장관을 불러 2017년 장관 재직 당시 산업부 직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압박해 사표를 받아내도록 했는지 조사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1월 백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과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백 전 장관 등의 압박에 사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한동훈 장관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 백 전 장관의 집과 한양대 사무실, 이메일 내역 등을 비롯해 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석유관리원, 대한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 기관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인호 전 차관, 박아무개 전 에너지산업정책관, 손아무개 전 혁신행정담당관 등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이미 마쳤다. 사표를 냈던 당시 기관장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사직하게 된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그간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백 전 장관 기소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검찰이 구속 수사 필요성을 검토할 경우 당시 청와대 쪽 지시가 있었는지를 더 캐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수사팀이 최종적으로 사건을 매듭짓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 여부”라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압수수색 당시 청와대 쪽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시 받고 움직이지 않았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수사팀이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고발부터 백 전 장관 조사까지 3년이 걸린 사건이기 때문에 구속 수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대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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