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 교육을 받고 돌아오다 중앙선을 넘어 교통사고를 내 노동자가 숨진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원청업체 교육을 받고 돌아오다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를 낸 노동자가 숨진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ㄱ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ㄱ씨는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ㄴ사 직원이다. 그는 2019년 12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에 열린 협력사 교육에 업무차량을 직접 운전해 참석했다.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교육을 마친 뒤 근무지에 복귀하기 위해 운전하던 ㄱ씨는 오후 4시께 평택 한 도로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ㄱ씨 유족은 2020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ㄱ씨는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했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 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숨졌을 때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에 ㄱ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ㄱ씨 유족 청구를 받아들였다. 협력사 교육을 받고 업무 차량으로 복귀하다 사고가 일어났고, 졸음운전이 사고원인이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로 곧바로 단정할 수 없다며 ㄱ씨에게 일어난 사고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중앙선 침범은 중대한 과실이라 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만으로 ㄱ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노동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다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어 △출장업무를 끝내고 업무차량으로 돌아오다 사고가 발생한 점 △수사기관이 졸음운전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한 점 △ㄱ씨가 1992년 면허 취득 뒤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은) 노동자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