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랐지만 성인이 된 뒤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으로 변경한 경우, 이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태어날 때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랐지만 성인이 된 뒤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한 경우, 이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ㄱ씨가 어머니 쪽 종중을 상대로 낸 종원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가 어머니 쪽 종중의 구성원이라고 인정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본 것이다.
1988년 태어난 ㄱ씨는 출생 당시에는 아버지의 성에 따라 출생신고를 했다. ㄱ씨는 성인이 된 뒤 2013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성본 변경허가 신청을 냈다.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이듬해 6월 ㄱ씨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ㄱ씨는 그해 7월15일 성본 변경신고를 마쳤다. 이후 ㄱ씨는 어머니 쪽 종중에 종원 자격 인정을 요청했으나, 2016년 1월 종중은 ㄱ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ㄱ씨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ㄱ씨가 어머니 쪽 종중 구성원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한 종래 관습법의 효력이 상실됐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따라 남계혈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부장적 성격의 종중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자녀의 성과 본이 어머니를 따르는 것으로 변경됐을 경우, 성인인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성년 여성도 종중의 구성원으로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2005년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 당시 신설된 ‘자녀 성본 변경’ 조항의 취지를 고려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아버지의 성본을 따른 후손과 다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출생시부터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 경우 그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봐야 하므로, 출생 후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한 경우에도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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