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다. 다만 ‘제보 사주’ 의혹은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성문)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기소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고 13일 밝혔다. 박 전 원장이 지난해 9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에 관한 자료를 국정원이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구체적인 자료 없이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을 한 차례 서면조사했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나머지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있을 뿐 직접 기소 권한이 없어, 서울중앙지검에 기록을 넘기고 공소제기를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는 그러나 박 전 원장과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사전에 만나 언론에 제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제보 사주’ 의혹 본류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두 사람이 사전에 만난 사실은 인정되지만, 박 전 원장이 제보를 사주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과 함께 고발된 조씨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조씨의 명예훼손 등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라 대검찰청으로 이첩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박 전 원장과 조성은씨가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사 등에 제보하기에 앞서 모의했다며 공수처에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직후 박 전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우진 사건’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추가 고발했다. 이날 공수처는 1차 고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2차 고발에 대해서는 공소제기 요구를 한 셈이다.
한편,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월 공수처로부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가 오는 6월말께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 뒤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사팀장인 최 부장검사가 최근 사의를 밝힌 점도 수사가 장기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검찰 한 간부는 “6월말께 인사를 앞두고 있어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인사 전까지 사건을 결론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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