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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스마트폰 사용법 좀…” 물었는데, 6개월 뒤 미납 고지서 도착했다

등록 2022-06-13 16:58수정 2022-06-14 02:44

고령층 노린 ‘휴대전화 명의도용’ 범죄
신분증 몰래 스캔해 대포폰 개통 판매
수십∼수백만원 요금 폭탄으로 돌아와
통신사 추가 확인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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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ㄱ(79)씨는 최근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가 3대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몇 개월 동안 휴대전화 요금이 10만원씩 더 나왔지만 ‘모르고 뭔가를 더 썼겠거니’ 싶었다. ㄱ씨는 6개월이 지나고서야 자신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두 대 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개통된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해보니, 자신이 늘 쓰는 휴대전화 뒷번호와 전혀 다른 번호들이었다. ㄱ씨는 그제야 몇 달 전 휴대전화 사용방법을 물어보려 판매점을 방문했다가 직원에게 주민등록증을 건넸던 사실이 기억났다. ㄱ씨는 지난주 해당 판매점주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았다가 주민등록증 등을 도용당해 ‘대포폰’ 개통에 이용당하는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 개통 절차 등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주로 범죄의 표적이다.

휴대전화 명의도용 사건을 수사하는 일선 경찰서 경제팀 수사관들은 고령층을 노린 이러한 범죄가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13일 <한겨레>에 설명했다. 전자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노인들은 직접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 사용방법을 문의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범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휴대폰 판매원이 “휴대전화에 이상이 있는지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해보겠다”는 핑계를 대며 주민등록증을 가져간 뒤 몰래 신분증 스캐너에 읽힌 다음, 가짜 서명이 담긴 서류로 새 휴대폰을 개통한 뒤 대포폰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팔아넘기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몇 개월 뒤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개통신청서에 연락처와 주소를 허위로 적어 개통 사실을 모르게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6개월 뒤 통신비를 미납했다는 통지서를 받고 나서야 휴대전화 명의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포폰 이용자가 소액결제를 한 경우에는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통신비가 나오기도 한다. 본인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판매점은 사라지기 일쑤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제팀장은 “요즘에는 수법이 교활해져서 명의자에게 휴대폰 요금 통지서가 가도록 하되, 10만원 미만의 요금이 나오도록 해 의심 없이 통신비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며 “피해자 중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들도 있어 수십만원의 피해액만으로도 크게 절망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적발한 대포폰 수는 지난해에만 5만5141대로 1년 전(8923대)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범죄를 막으려면 휴대전화를 추가 개통할 때 이동통신사가 개통 직후 본인 확인을 거치는 등의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휴대전화가 새로 개통되면 이용자에게 개통 여부를 문자메시지로 보내게 돼 있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경우 이러한 고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용자의 연령이나 기존 요금 수준을 고려해 기존 휴대전화 외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통신사가 유선 전화 등의 방식으로 부정 이용 여부를 즉시 확인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당장 본인 확인 제도를 보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복수의 통신사 관계자들은 “현재로써는 추가 개통 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조치가 전부”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민등록증 도용은 이용자가 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타인에게 신분증을 맡긴다는 사실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며 “엠세이퍼를 통해 명의도용 여부를 조회하거나 이동전화 가입제한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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