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오후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및 가정학습 중인 학생들의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코로나발 학력 저하’ 여파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학생의 국어 학력이 크게 떨어졌고,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비율도 14%대를 넘어섰다. 6·1 교육감 선거로 당선된 보수 성향의 교육감들이 ‘전수 학력평가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교육부는 일단 표집 평가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이 국가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매년 중3과 고2 학생의 약 3%(지난해 2만2297명)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국어·영어·수학 등 교과별 평가는 절대평가로 치러지고 성취 수준은 1수준(기초학력 미달), 2수준(기초), 3수준(보통), 4수준(우수)으로 나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평가 결과를 보면, 중·고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대부분의 과목에서 2020년과 유사했다. 하지만 유독 고2 국어는 69.8%에서 64.3%로 5.5%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77.5%에 견줘 크게 떨어졌는데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 평가에서 표집 평가로 바뀐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지원국장은 이날 “2020년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고2 국어에서만 나타났다”며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토론, 글쓰기 등 국어 교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활동을 진행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발 학력 저하’는 단기 극복이 어려웠다. 지난해 중3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6%, 영어 5.9%, 수학 11.6%, 고2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7.1%, 9.8%, 14.2%로 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유행 전과 견줘 2020년 1.6~5%포인트 많아졌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수가 2021년에도 유의미하게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오차 범위 안이라고 해도 고2 수학의 경우 2020년 13.5%에서 지난해 14.2%로 늘어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역별 학력 격차도 여전했다. 모든 학년과 과목에서 읍면지역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대도시에 견줘 낮았고 반대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수학의 경우 읍면지역 중3과 고2 학생은 42.2%, 55.4%만 보통학력 이상이었지만 대도시에서는 61%, 68.3%를 기록했다. 읍면 지역의 중3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6.4%로 대도시 중3(9.6%)에 견줘 6.8%포인트나 높았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오는 9월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 지필 시험을 컴퓨터 기반(CBT)으로 변경한다. 표집 대상(3%)이 아니라도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평가시행 날짜, 응시 교과 등을 학급 단위로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평가 대상도 2024년부터는 초3부터 고2까지 모든 학년으로 확대된다.
평가 대상 확대에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일제고사 부활을 우려했다. 전교조는 “전국 단위 초등 일제고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폐지됐는데 다시 초등학생부터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 중심 문제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과거의 파행 사례를 막기 위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업 성취도 평가를 ‘학교 희망’에 의존하지 말고 일관된 학력 진단·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혜숙 국장은 “표집 평가를 전수 평가로 바꾸는 것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시도교육청과 협업해 평가가 서열화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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