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되는 첫 대법관 후보자 21명 명단이 공개됐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권을 갖게 된 법무부는 현직 검사가 대법관 후보자를 사전검증하게 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9월5일 퇴임하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자 제청과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달 각계로부터 천거된 인사들 가운데 대법관추천위원회 심사에 동의한 21명의 명단을 14일 공개했다. 이 가운데 법관은 19명으로 김용빈 사법연수원장(사법연수원 16기), 한창훈 춘천지방법원장(18기), 오석준 제주지방법원장(19기), 이승련·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20기),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21기) 등이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로는 김앤장·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력이 있는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18기), 학계에서는 판사 출신 하명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2기)가 이름을 올렸다. 21명 후보군 가운데 여성은 박순영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판사(25기), 신숙희·왕정옥 수원고법 판사(25기) 등 3명에 그쳤다. 검찰 출신은 없었다. 대부분 ‘서울대 법대·50대·남성 판사’ 공식에 맞춘 후보들이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대법관 임명인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누구를 임명제청할 지가 관심사였다. 대법관후보추천위가 김 대법원장에게 누구를 추려 올려도 ‘무난한’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그만큼 대법관 구성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천거된 인원은 42명이었지만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절반은 심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후보추천위(위원장 최영애)도 구성했다고 밝혔다. 김재형 선임대법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 6명과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박소연 서울동부지법 판사 등 비당연직 위원 4명이다. 추천위는 천거된 이들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과 검증을 진행한 뒤 최소 3명의 후보를 김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검찰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사법부 최고법관 ‘추천·검증’ 권한을 모두 갖게 된 한동훈 장관의 권한 남용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검증까지 맡게 될 경우, 추천위에서 한 장관의 ‘발언권’이 그만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정부 쪽 소송을 대리하는 역할과 함께, 현재 윤석열 대통령 징계처분 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송당사자 지위를 갖는 한 장관이 ‘심판’을 맡는 사법부 최고법관 임명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데 검증 역할까지 맡는 건 부적절하다. 법무부에서 검증을 진행하려면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한 장관이 추천위에서 빠져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법관 후보자 검증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맡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특정 대상에 대해 말할 건 없다. 헌법과 법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 전례를 감안해 검증이 적법하게 이뤄질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검증 의뢰가 들어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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