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의료행위는 일반적인 상인의 영업활동과 달라서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채권은 상사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최초의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의사의 의료행위는 일반적인 상인의 영업활동과 달라서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채권은 상사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최초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산부인과 의사 ㄱ씨와 신경외과 의사 ㄴ씨가 자신들이 일했던 병원의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임금 등을 상사채권으로 판단한 원심을 고쳐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ㄱ씨와 ㄴ씨는 울산의 한 의료법인 소속 의사로 각각 18년, 9년씩 일하다 2018년 2월28일 근로계약 만료로 퇴사했다. 이들은 해당 의료법인으로부터 시간 외 근로수당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퇴직금 등 일부 임금을 못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ㄱ씨와 ㄴ씨가 주장한 임금 미지급분은 각각 1억6430만원, 1억1346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또 임금 미지급 기간의 이자 상당액에 해당하는 지연손해금은 퇴직 다음날부터 민법상 지연이율(5%)에 따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ㄱ씨와 ㄴ씨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결 내용을 일부 바꿨다. 못 받은 임금 중 시간 외 근로수당과 관련한 청구는 원고들의 임금계약서에 정해진 내용을 바탕으로 기각하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 차액 청구만 인용했다.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은 상법상 지연이율(6%)을 적용했다. 의사의 의료행위와 그 대가인 임금을 상법이 적용되는 ‘영업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2심 판단 내용 가운데 상법상 지연이율(6%)을 적용한 부분을 파기하고, 민법상 지연이율(5%)을 적용하라고 판단한 뒤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상법을 적용해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나 요청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의사의 직무에 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보호하는 의료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의사의 활동은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