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된 삼성물산과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민사재판에서도 이들의 담합이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문성관)는 서울시가 삼성물산·현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물산과 현산의 입찰가격 담합은 위법하고, 이로 인해 서울시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5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현산은 2009년 11월 서울시가 공고한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919공구’ 입찰 공고에 참여하면서 입찰가격을 추정가격 1997억원의 94% 수준으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사전에 입찰가격을 협의했는데 담합 의혹을 피하고자 투찰률(설계가 대비 입찰가격) 수준을 미리 정한 것이다. 이후 삼성물산의 투찰률이 94.1%(1880억원)로 현산보다 0.11%포인트 높아 사업을 낙찰받았고, 서울시는 공사대금으로 2149억여원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2014년 11월 삼성물산과 현산의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물산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2016년 4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시는 공정위 처분 이후인 2015년 2월 “삼성물산과 현산의 담합으로 낙찰률이 3.03% 상승해 69억여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삼성물산과 현산은 재판 과정에서 “설계점수를 둘러싸고 경쟁했고, 실제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지 않아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투찰률 내지 입찰가격을 사전에 결정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입찰 담합에 해당하고 이는 가장 위법성이 강하다고 평가된다”며 두 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손해율을 3.03%가 아닌 2.68%라고 판단하고, 일부 손해배상 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된 점 등을 고려해 두 기업이 함께 서울시에 5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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