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67)씨(왼쪽에서 두번째)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이 15일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장나래 기자
“우리 승주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아무 일 없이 보내도 길고 어려운 시간인데 저희 가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란 걸 찾아 헤매며 오랜 세월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2014년 4월 군 복무 중 선임병의 상습 구타로 숨진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67)씨는 6년째 민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들을 폭행한 가해자들 외에 사인을 ‘질식사’로 조작하는데 가담한 의혹을 받는 군 관계자들과 국가에도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2014년부터 유족은 사인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군 관계자 30여명을 형사 고소·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남은 수단은 민사 소송뿐이었다. 어머니는 오는 22일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안씨는 15일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온몸이 상처와 멍투성인 아들을 앞에 두고 ‘심폐소생 훈련을 하다가 생긴 멍’이라고 큰소리치던 대대장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들이) 영문도 모르고 음식 먹다 질식한 것으로 믿고 살았을 걸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고 8년 전을 회상했다. 이어 “이 어처구니없는 모든 상황을 책임지고 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너무나도 억울해서 국가라도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송을 걸었더니 1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며 “다음 주에 선고를 할 항소심 재판부에 간절히 간절히 호소한다. 진실을 밝혀달라. 진실의 이름으로 우리 승주 앞에 사과해달라”고 호소했다.
군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아무개 일병의 어머니(맨앞부터)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14년 9월25일 오전 사건 수사책임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국방부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이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사건 은폐·조작에 관여한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진실 규명의 몫은 국가에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의 원통한 의혹을 말끔히 풀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도 연천 28사단 의무병으로 복무하던 윤 일병은 선임병 4명에게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집단 구타를 당하다 2014년 4월 숨졌다. 군검찰은 당시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망 4개월 뒤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윤 일병이 상습적인 폭행과 함께 가래침 핥기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까지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뒤늦게 사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 등’으로 변경했다.
2016년 8월 사건의 주범인 이아무개 병장은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40년 판결을 확정받았다. 나머지 가해자들도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이 확정됐다. 유족은 2014년부터 사건 은폐 의혹을 받았던 28사단 헌병대장과 헌병수사관, 의무지원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28사단 검찰관 등 30여명을 고소·고발했으나, 군검찰은 피의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2017년 4월 윤 일병 유족은 가해자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하고 주요 가해자였던 이 병장이 4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기각했다.
2014년 10월30일 낮 용인 3군사령부 군사법정에서 열린 윤승주 일병 사건 선고공판이 끝난 뒤 윤일병의 어머니가 아들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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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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