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99명을 상대로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케이티(KT) 전직 임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케이티 법인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16일 열린 케이티 전직 임원 4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대외협력 총괄 부문장이었던 맹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임원 전아무개씨에게는 징역 1년2개월, 대외지원 담당 임원이었던 최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모두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케이티 법인에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케이티 임직원 개인 명의로 이뤄진 기부 상대방은 상당수가 국회의원 중에서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케이티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회 소속이었다”며 “케이티는 입법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기부 행위는 국회의원의 입법 공정성과 청렴성,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케이티 전직 임원들은 2014년 7월~2015년 11월, 2016년 1월~2017년 9월 기간에 회사 예산으로 상품권을 주문한 뒤, 3.5%~4% 할인된 현금으로 돌려받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11억5100만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한 뒤, 100만~300만원씩 나눠 임직원과 지인 등 명의로 국회의원 99명의 후원회 계좌에 총 4억3800만원을 이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자금법은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당시 부사장급 임원이었던 구현모 케이티 대표 등 고위임원 10명은 약식기소했고, 황창규 전 케이티 회장은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3월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맹씨 등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을 하며 “과도한 충성심 때문에 죄를 저질렀다. 잘못된 관행이었다.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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