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을 먹고 걷지도 못하는 환자에게 ‘통증을 반가워해라’고 말하는 등 적절한 치료 행위를 말려 결국 숨지게 한 판매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건강보조식품 고객 유족이 판매사 ㅎ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50대 중반 여성 ㄱ씨는 2018년 3월22일 면역력 향상에 효능이 있다는 ㅎ업체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 먹기 시작했다. ㄱ씨는 이 건강보조식품을 먹은 지 열흘 만에 혈압이 상승해 응급실에 가야 했고, 이후에도 물집이 생기고 오한이 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ㄱ씨는 ㅎ업체 대표인 ㄴ씨에게 부작용을 호소했지만, “호전 반응 시작이니 견뎌라” “통증을 반가워해라. 아파야 낫는다”는 등의 답변을 들었다. 걷지 못하고 혼자 대소변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ㄱ씨는 이 제품을 추가 구입해 기준보다 많이 섭취하면서 버텼다. 결국 ㄱ씨는 2018년 4월10일 다리에 생긴 물집이 터지고 피부색이 검게 변한 뒤에야, 병원에 실려 갔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ㄱ씨의 사인은 괴사성근막염과 급성신우신염(신장 등 감염)에 의한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ㄱ씨 유족은 ㄴ씨와 ㅎ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ㄱ씨 유족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품 섭취와 ㄱ씨 죽음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병원 치료를 받는 대신 제품을 더 섭취하라고 한 ㄴ씨 등 판매자의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ㄴ씨와 ㅎ업체 등이 ㄱ씨 유족에게 1억3천만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다만 건강보조식품의 섭취 자체가 ㄱ씨 죽음을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잘못된 의학 정보를 제공해 고객이 긴급 진료 중단 등 비합리적 판단에 이르지 않게 고객을 보호할 주의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대법원은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인 ㄴ씨가 ㄱ씨의 위험한 증상을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호전 반응으로 지속해서 주지시키고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며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로 고객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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