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6년 9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코웨이 3종 얼음정수기 제품결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수기 안 니켈 도금이 벗겨져 음용수에 섞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언론보도 뒤에야 이를 공지한 코웨이가 소비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ㄱ씨 등이 코웨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2015년 7월 코웨이는 얼음 정수기에서 은색 금속물질이 나온다는 소비자 제보와 직원 보고를 받았다. 코웨이가 자체 조사한 결과, 얼음을 냉각하는 구조물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져 냉수 탱크에 있는 음용수에 섞인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코웨이는 이 사실을 1년 가까이 숨기다 이듬해 7월 언론보도 뒤에야 공개 사과했다.
해당 정수기를 사용했던 소비자 ㄱ씨 등 78명은 코웨이를 상대로 각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피부 트러블이나 알레르기 등 증상이 정수기 니켈 도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은 합동조사를 통해 “우려 수준은 낮지만, 아무 조치 없이 사용하면 니켈과민군의 피부염 등 위해 우려가 있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코웨이는 해당 제품 단종 및 회수 결정을 하며 피부염 증상을 겪은 소비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안내했다.
1심은 코웨이가 ㄱ씨 등에게 각 100만원씩 주라고 선고했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는데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소비자들이 침해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코웨이 행위를 두고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중요하고 핵심적 사항과 관련한 정보인데, 이를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했다. 다만 ㄱ씨 등이 주장한 피부 트러블 등이 정수기 니켈 도금이 벗겨져 생겼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중금속인 니켈에 장시간 노출되면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코웨이는 니켈 도금이 벗겨진 사실을 소비자에게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코웨이는 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ㄱ씨 등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인정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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