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발달장애를 이유로 종신보험 가입을 불허한 것을 개선하라는 권고에 해당 보험회사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21일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발달장애를 이유로 ㄱ씨 자녀의 종신보험 가입을 불허한 보험사가 인권위의 ‘차별행위 재발방지대책 마련 권고’를 최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 결정문을 보면, ㄱ씨는 2020년 6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종신보험에 가입시키려 했는데, 보험사는 자녀의 지적능력 등이 중증도 이상으로 추정되기에 보험가입이 어렵다며 가입을 거절했다. ㄱ씨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보험사는 ㄱ씨 자녀의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여서 가입심사 평가 기준에 따라 거절한 것뿐이며, 상법에도 심신상실자·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규정하는 만큼 ㄱ씨 자녀의 보험가입은 법률상 불가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보험사가 보험가입 심사 평가 기준에 따른 전문가 의료자문도 거치지 않았고, 의사능력이 없는 장애인이라도 후견인에 의한 법률행위는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보험사는 인권위에 “신속한 보장설계 및 상품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장애인 금융소비자 보호업무 매뉴얼을 마련하여 직원들에게 관련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보험업계에서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권고 수용 회신을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보험업무와 관련한 장애인 차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에도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을 이유로 상해보험 가입을 불허한 것을 차별로 판단해 해당 보험사에 개선을 권고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보험사는 명시적으로는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7조는 ‘금융상품(신용카드 발급·보험 가입 등)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배제하거나 가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보험사가 자의적 기준이나 불명확한 사유로 가입을 거절하는 일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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