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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부, ‘여성·아동 뺀’ 검찰 전담부서 추진…“특수성 이해 부족”

등록 2022-06-23 05:00수정 2022-06-23 09:40

여성·아동 빼고 ‘사회적약자’로
“여성폭력 범죄 대응 약화 우려”
“전담 검사 전문성 깎아내리는 것”
법무부. 연합뉴스
법무부. 연합뉴스

2001년 설립 뒤 20년 넘게 존속한, 국가 성평등 체계의 중심인 여성가족부는 정치인들 입에 하염없이 휘청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정치인의 ‘구호’는 그들의 입에서 나와 공론장에 뿌리내렸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여가부는 아직 존재한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선 정부조직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남아 있지만, 구호가 남긴 여파는 크다. 여가부 폐지라는 구호는 지난 1년간 한국 사회 곳곳의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를 자극하는 ‘시그널’이 됐다. <한겨레>는 정부 움직임과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여가부 폐지 구호가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수사기관, 교육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정부가 지방 검찰청의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서 이름에서 ‘여성·아동’을 빼는 것이 핵심이다. 젠더폭력 대응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각급 검찰청의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담수사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력형 성범죄, 아동학대 등에 대한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개편 이유다. 여조부는 2011년 서울중앙지검에 처음으로 만들어져 전국으로 확대된 여성·아동 범죄 전담 부서다. 여조부 신설을 제안하고 초대 서울중앙지검 여조부장을 맡은 김진숙 변호사는 “여성과 아동이 당한 범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가부장제 문화 아래에서 이들의 진술이 배척되는 것을 보고 여조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여성·아동 범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말해온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기조 아래에서 개편안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면, 여조부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담수사부’로 개편함으로써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이 약화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성을 지우고 사회적 약자로 바꾸겠다는 것은, 성차별은 없고 여성 중에서 사회적 약자인 사람에 대한 범죄만 살피겠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여조부의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오선희 변호사는 “애초에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여조부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친권 상실 청구나 전자발찌 판례 검토 등은 일반 검사들은 잘 하지 않지만 성폭력 담당 검사들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다. 정부가 이런 개편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이들의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성폭력과 아동범죄는 분리해서 더욱 전문화하는 방향이 옳다”고 했다.

여조부에서 다뤄온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등은 다른 범죄와 달리 차별에 기반한 ‘여성폭력’, ‘젠더 기반 폭력’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성폭력처벌법이 성폭력범죄 전담 검사가 피해자를 조사하게 해야 한다는 ‘전담조사제’(제26조)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전담재판부’(제28조)를 명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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