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의결한 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시급 9160원보다 460원 오른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은 5%로,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4.7%보다 불과 0.3%포인트 높은 수준인데다 하반기에도 물가상승 전망이 매우 우세해 노동자들의 내년 실질임금 감소가 우려된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익위원들이 2023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제시한 시급 9620원을 표결에 부쳤다. 근로자위원 중 민주노총 소속 4명이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퇴장하고,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표결 선포 뒤 퇴장하면서 기권처리돼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시급 9620원은 월급(주 40시간·주휴수당 포함)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에 달해 올해 191만4440원보다 9만6140원 올랐다. 2022년 현재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5.05% 인상된 9160원이다.
최임위는 노동자·사용자위원과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참여해 이듬해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벌인다. 노동자위원들은 ‘노동자 생계비 보장과 물가 인상’을 근거로 인상을, 사용자위원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동결 또는 소폭인상을 주장하며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날 3차 수정안으로 노동자위원이 시급 1만80원, 사용자위원이 9330원을 제시한 뒤 협상에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쪽의 제시안 조정을 위해 심의촉진구간(인상률 2.73%~7.64%)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추가 수정안을 내놓지 않음에 따라 밤 10시께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단일안 9620원(인상률 5.0%)이 표결에 부쳐졌다.
공익위원안이 제시되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4명이 “물가폭등 시기에 동결도 아닌 실질임금 삭감안”이라 반발하며 퇴장했고, 사용자위원 9명 전원도 “소상공인·자영업자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표결 선포 뒤 기권 의사를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최임위는 재적위원 27명 가운데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5명이 표결에 참여한 셈이 됐다. 최저임금 결정 이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로 더이상 버티기 힘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8년 만에 법정시한을 맞췄다. 최저임금법은 이듬해 최저임금 법정심의기한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이 있은 날(3월31일)로부터 90일로 설정해, 이날이 법정 심의기한이었다. 그러나 2015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이후 매년 법정시한을 넘겨 7월에서야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임위가 의결한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검토를 거쳐 이의제기가 없으면 8월5일 고시돼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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