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 들어가 여성 손님들의 몸을 훔쳐본 경우, 이를 피시방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피시방에 들어가 고개를 숙여 맞은편에 앉은 여성 손님들의 다리를 훔쳐 본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시방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 장소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ㄱ씨에게 징역 8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2월24일 저녁 7시께 대전 서구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여성의 옆으로 다가가 음란행위를 하고, 10분 뒤 다른 피시방에 들어가 여성 손님 2명이 앉은 맞은편 자리에서 컴퓨터 테이블 밑으로 얼굴을 숙여 피해 여성들의 다리를 40분간 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ㄱ씨가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은 공연음란 혐의를, 피시방에서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 본 혐의는 건조물침입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1,2심은 ㄱ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 등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는 유죄가 맞지만, 피시방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대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으로 볼 수 없다”며 “영업주가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출입 당시에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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