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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형제 존폐, 12년 만에 심판대로…세 번째 판단은 다를까

등록 2022-07-04 07:00수정 2022-07-06 19:33

1996년 7(합헌):2(위헌)→2010년 5:4로 변동
2019년 세번째 헌법소원, 오는 14일 공개변론

‘사형’ 언급 헌법 제110조 4항 두고 심판
법경제학 전문가 초청 ‘실증적 효과’ 검증
청구인 ‘무기수’라 각하 결정 가능성도

“진보 성향 재판관 많아 위헌 가능성도”
“성향에 따른 판결 결과 예측은 무의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19년 2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19년 2월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도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열어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오른다. 1996년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합헌, 2010년 5(합헌) 대 4(위헌)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세 번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윤아무개씨를 청구인으로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오는 14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어 사형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헌재는 법경제학 전공 교수를 이례적으로 참고인으로 지정해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결정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헌법 제110조 4항’은 사형을 규정한 조항일까

이번 헌법재판의 심판대상은 헌법 제110조 4항이다. ‘비상계엄 때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으나,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그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1996년, 2010년 당시 헌법재판 때는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형법 제250조 등 형법 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재판이 진행된 바 있다.

헌법 제110조 4항은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을 언급한 조항이다. 이에 사형제의 합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리 헌법이 사형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반대 쪽에서는 헌법 규정에 사형이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의 합헌성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1996년 사형제 헌법소원에서 위헌 취지로 소수의견을 냈던 김진우 재판관은 “이 조항은 사형 선고가 갖는 기본권 침해의 심각성에 비춰 단심제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2010년 헌법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김희옥 재판관도 “조항의 도입 배경이나 맥락을 고려하면 사형 선고를 억제해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규정이다. 간접적으로도 헌법상 사형제도를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1일 한국헌법학회의 ‘사형제도에 관한 헌법정책적 접근’ 학술대회에서 “해당 조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의 사형을 언급하고 있어 일반적인 사형제의 헌법적 근거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의 사형제, 어디까지 왔나

법무부가 2009년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마지막 사형집행일인 1997년 12월30일까지 사형을 집행한 이는 920명에 달한다. 920명 중 절반 이상인 562명이 살인·강도살인 등 ‘흉악범’이었고, 254명은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사상범’이었다. 1975년 사형의 확정판결을 받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이 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8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생존한 사형수는 59명(군 교도소 수감 4명 포함)이다. 가장 오래 복역한 이는 1992년 종교시설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원아무개(65)씨로 29년째 수감 중이다. 가장 최근 사형 확정판결은 군 복무 중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아무개(30)씨 사건으로, 2016년 2월에 있었다. 사형 선고는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20년 넘게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국제앰네스티)로 분류되고 있다.

그간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돼 왔다. 법무부는 2020년 사형집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제75차 유엔총회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유예)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져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권 교체 뒤 법무부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형제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사형제 유지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

세 번째 판단은 다를까…‘각하’ 우려도

12년만에 이뤄지는 이번 헌법재판에선 앞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오는 14일 공개변론에 법경제학을 전공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직권 참고인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사형제를 유지하는 주와 폐지한 주가 혼재돼 있어, 사형제의 범죄 억제 효과와 사회경제적 비용 등에 관한 실증 연구가 이뤄져 왔다. 그동안 사형제의 효과 등에 대한 이념적 논의가 주로 이뤄진 만큼, 실증 연구의 관점에서 사형제의 효용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헌재가 위헌판단을 할 거라 보는 쪽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이 많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론’에 가깝게 발언한 유남석·이석태·이은애·문형배 재판관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이 가세하면 위헌 정족수(6명 이상)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평소 성향만으로 위헌 의견을 낼 거라 단정해선 안 된다. 더구나 사형제 같은 사안은 내밀한 가치관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치 성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헌법소원 청구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윤씨가 사형수가 아닌 무기수이기 때문에, 청구인으로서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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