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의 원종릉과 인헌왕후릉 봉분 사이에서 남향을 바라본 모습. 멀리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올라온 광경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조선왕릉 경관 훼손 논란을 일으킨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왕릉 뷰’ 아파트 건설사들이 “공사 중단 명령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건설사 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처분 취소소송에서 8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종국적으로 조망의 회복을 위한 것인데, 피고가 제안한 방안대로 원고들이 지은 아파트 상층부 상당부분을 철거한다고 해도 문화재 외곽 500m 바깥에 건축 중인 고층아파트로 인해 여전히 계양산 조망이 대부분 가려진다”며 “이 사건 처분이 아파트 골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뒤늦게 이뤄졌고, 그로 인해 공사중지 내지 철거로 수분양자가 입을 피해는 막대한 반면 이이 사건 건물을 철거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사실상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이들 건설사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12개 동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는 등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청의 2017년 1월 고시에 따르면, 장릉 외곽경계에서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보호구역에 들어서는 20m 이상 건축물은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아파트 건설현장 인근에 있는 장릉은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택지가 개발되던 2014년 인천 서구청을 통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적법한 시공이란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공사중지 명령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명령 취소소송 및 ‘1심 선고 이후 특정시점까지 공사중지 명령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함께 냈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지난 5월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입주가 시작됐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