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수행평가 점수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한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광주광역시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진정인)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학교가 해당 교사 ㄱ씨에게 ‘주의’ 조치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ㄱ씨는 지난해 9월 반 학생들이 학습용 온라인 플랫폼인 ‘구글클래스룸’에 조별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면서 같은 조 학생끼리 참여도에 따라 서로 점수를 주도록 했다. 당시 진정인은 2점을 받았고, 나머지 4명의 학생은 모두 10점을 받았는데 이 평가 점수는 다른 조 학생들도 열람이 가능했다. 이에 진정인은 ㄱ씨에게 “자신의 점수가 전체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12월 ㄱ씨는 진정인이 속한 조의 수행평가 자료를 비공개로 공개했다. 다만 다른 학생들의 평가 점수는 현재(3월 기준)까지 공개돼 있다. 진정인은 당시 상대 학생들과 선생님에 대한 불안감으로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에 해당한다는 진단도 받았다.
인권위는 ㄱ씨의 뒤늦은 조처가 “학생들의 학습이라는 목적을 넘어 피해자(진정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인권위는 개인의 성적은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정보라는 점을 짚으며, ㄱ씨가 다른 학생에게 개인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한 “인터넷 특성상 어떤 정보가 일단 공유되면 원 게시글이 삭제돼도 추가적인 전파를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같은 반 학생이 자유롭게 다른 학생의 과제와 점수를 조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진정인)의 점수가 구글클래스룸을 통해 두 달가량 공개된 것은 피해가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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