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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미 남남인데 가출한 남편 탓만…대법 “이혼청구 허용할 수도”

등록 2022-07-13 06:00수정 2022-07-14 02:41

상대 배우자 혼인유지 의사 객관적 판단해야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다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너무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다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너무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이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 만으로 이혼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ㄱ씨가 ㄴ씨를 상대로 청구한 이혼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30대 후반인 ㄱ씨 부부는 2010년 3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해 12월에는 딸도 낳았다. 이후 둘 사이 갈등이 쌓여 ㄱ씨는 집을 나갔다. 아내 ㄴ씨를 상대로 2016년 이혼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듬해 청구가 기각됐다.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데 ㄱ씨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였다.

이혼 소송 뒤에도 부부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이들은 별거 상태를 지속했다. 아내 ㄴ씨는 계속해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요구했으나, ㄱ씨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ㄱ씨는 2019년 9월 다시 이혼 소송을 냈다.

1·2심은 ㄱ씨의 이혼 청구를 다시 기각했다. ㄱ씨가 ㄴ씨와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다가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점, ㄴ씨가 이혼을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완강하게 밝힌 점 등이 기각 사유가 됐다.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라는 판례의 대원칙은 유지하되, 장기간 별거 등 이미 혼인관계가 무너져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면 유책 배우자의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대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혼인을 유지할 뜻이 있는지 묻는 것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혼인관계의 회복가능성 등을 고려해 아내 ㄴ씨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ㄴ씨가 ㄱ씨가 먼저 가출했다고 비난하며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 반복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ㄴ씨 역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ㄱ씨의 잘못이 희석됐을 가능성 등도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같은 점을 다시 판단해 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재판연구관은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판단하는 기준 등을 처음으로 구체화해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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