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3일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서울중앙지법 법정 앞에서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엄중처벌!'이라 적힌 노조 조끼를 입고 있다. 차 지회장은 같은달 5일 이 조끼를 입고 서울남부지법에 방문했으나 법원 직원들로부터 출입을 저지당했다. 차 지회장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법원 출입을 저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행위에 대해 “과잉 제지”라고 판단했다.
13일 인권위는 지난 7일 서울남부지법원장에게 청사 내 집회 및 시위 가능성이 없는 민원인을 과잉 제지하지 않도록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이 남부지법원장과 남부지법 비상계획관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차 지회장은 지난 1월5일 노조원과 함께 판결문 발급을 위해 남부지법 종합민원실을 찾았다. 그런데 법원 직원인 보안관리대원들이 청사 출입문 검색대 앞에서 차 지회장 일행을 막았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차 지회장이 입은 노조 조끼였다. 조끼에는 ‘아사히 글라스 불법파견 엄중 처벌! 모든 해고 금지! 노조할 권리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혀있었다.
차 지회장은 이전에 재판 당사자이거나 방청객일 때 해당 조끼를 입고 서울중앙지법 등 법원의 법정을 여러 차례 드나든 만큼 직원들의 제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근거를 요구한 차 지회장에게 직원들은 ‘청사 내 집회 및 시위와 관련된 물품을 휴대하거나 관련 복장(리본, 구호가 새겨진 조끼 등)을 착용한 경우에는 청사 출입을 차단한다’는 ‘법원보안관리대 운영 및 근무내규’ 규정을 들었다. 차 지회장은 3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가방으로 조끼 뒷면을 가리고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결문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차 지회장은 “판결문을 떼러 왔다고 목적을 밝혔으나 마치 저희를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처럼 취급하고 법원을 나설 때까지 직원들이 감시하듯이 따라다녔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법원 방문 목적이 분명하고 청사 내에서의 집회 및 시위 가능성이 없거나 낮아 진정인이 청사에 출입하더라도 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진정인들이 진정인이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한 복장을 착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청사 출입을 차단한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차 지회장은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법원은 그 어느 기관보다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기관인만큼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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