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윤석열 정부에 “노동자만 공격하는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19일 성명을 내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정당하다.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사용자들”이라며 “‘정부가 기업’이라는 윤석열 정부에서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불법은 용인하고 노동자들만 공격하는 정부의 이중잣대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로 합법적 파업권을 획득해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2014년부터 5년간 ‘조선업 불황’ 등을 이유로 30% 삭감된 임금을 정상화해달라는 것이 핵심으로,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교섭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자 파업에 나섰다. 지난달 22일부터 일부 조합원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 원유운반선 안 철제 구조물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변은 윤석열 대통령 등이 조선하청지회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불법을 자행한 건 사용자들”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원은 하청노동자의 원청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설령 파업투쟁 과정에서 일부 위법사항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곧바로 부정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며 “(사용자인) 하청업체는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교섭거부 또는 해태로 일관했고, 실질적 결정 권한이 있는 원청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원·하청 사용자들의 행태는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지난 18일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고 공격한 데 대해 “대화를 거부한 적 없다”고도 반박했다. 민변은 “하청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등과의 대화를 요구했고, 대화를 거부하거나 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를 거부한 것은 원청과 산업은행이었고 정부는 장기간 수수방관했다”며 “인제 와서 하청노조에 대한 대화 촉구라니 의아할 뿐”이라고 했다.
민변은 “공권력을 투입하여 정당한 쟁의행위를 강제진압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파행과 최소한의 문제 해결 가능성마저 봉쇄하는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며 “정부와 산업은행,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지금까지의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공권력 투입 대신 지금 당장 하청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길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변 등 조선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하는 2천여명은 오는 23일 ‘희망버스’를 타고 거제에 집결한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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