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노동자를 주거지와 먼 근무지로 보내는 등 오히려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노동자를 주거지와 먼 근무지로 전보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보호 의무를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뒤 사업주에게 징역형이 확정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ㄱ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충북 음성군 한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ㄴ씨는 2019년 7월 직장 상사 ㄷ씨의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 ㄷ씨는 신고식을 해야 한다며 회식비 명목으로 돈을 걷었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는 시간대에 주로 업무를 배치했다. 또 ㄴ씨에 욕설과 성희롱성 발언과 함께 사직서를 강요하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ㄴ씨는 그해 7월27일 회사에 정식으로 이런 내용을 신고했다.
그러나 회사 대표 ㄱ씨는 한달 뒤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오히려 피해자 ㄴ씨를 다른 구내식당으로 보냈다. 새 근무지는 ㄴ씨 집과 멀어 새벽 첫 차를 타도 출근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정도였다. ㄱ씨는 사용자로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ㄴ씨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 근로기준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새로 보낸 구내식당 시설이 더 좋아 전보 조처가 ㄴ씨에게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ㄱ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지만, 징역형으로 오히려 선고형을 높인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직후 ㄴ씨를 해고한 점이나 인사위원회에서 의견 청취도 없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정한 회사 조처 등을 들어, 재판부는 ㄴ씨에 대한 전보 조처가 명백히 불리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ㄱ씨 회사가 취한 조처를 살펴보면, 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최근 가해자 ㄷ씨가 해고됐지만, ㄱ씨의 노동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다른 가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노동자를 방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ㄱ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 “직장 내 괴롭힘 조항 도입 후 사업주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첫 사례”라며 “이 사건 판결이 모든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보호 의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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