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혈·심근경색·우울증등
[7판] 원폭피해 2세들이 같은 나이의 일반인들보다 빈혈이나 심근경색·협심증, 우울증 등의 질병 발생 빈도가 60~8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도)의 의뢰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가 지난해 8~12월 조사해 13일 발표한 ‘원폭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과 건강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원폭피해 1·2세의 건강문제에 대한 국가기관의 첫 실태조사다.
인의협이 전국의 원폭피해 2세 1226명에 대해 우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원폭피해 2세 남성들은 같은 또래의 일반인들에 비해 질병 발생빈도가 빈혈 88배, 심근경색·협심증 81배, 우울증 65배, 천식 26배, 갑상선 질환 14배, 위·십이지장 궤양 9.7배, 대장암은 7.9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심근경색·협심증 89배, 우울증 71배, 유방양성종양 64배, 천식 23배, 위·십이지장궤양 16배, 간암 13배, 백혈병 13배, 위암은 6.1배나 높았다.
인의협은 원폭피해 2세들한테 질병이 발생하는 정도인 ‘질병이환상태’와 200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조군’(일반국민)의 질병이환상태를 비교해 이런 수치를 얻었다.
인권위는 “원폭에 의한 피해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원폭피해가 그 특성상 1세뿐 아니라 2세 이후에도 미칠 가능성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방사능 피폭의 유전 여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현재 일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원폭피해 2세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이 유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건강영양조사를 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또 원폭피해 1세 1256명한테 물은 결과, 이들의 질병 발생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93배, 악성 신생물(암) 70배, 빈혈 52배, 정신분열증 36배, 심근경색·협심증은 1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상당 부분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우편설문에 의존하고 있어 답변이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는 “원폭피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 및 유전학적 조사 등이 실시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원폭피해 2세 이후에까지 미칠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945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은 7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1만여명(1세 2300여명, 2세 7500여명)이 현재 한국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상철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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