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조선소 안 제1도크에서 스스로를 1㎥ 철제구조물에 가둔 채 농성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50일째 파업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임금 인상마저 포기하고 협상 타결을 서둘렀지만,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가 파업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7일째 협상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가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찰은 조선소에 경찰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공권력 투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일주일째 교섭을 이어갔지만 파업 손해 면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사는 밤 10시께 협상 종료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자정을 넘겨 다시 교섭을 이어갔다. 하청업체는 원청과 별도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했고, 원청 대우조선해양 역시 “7천억원 피해”를 주장하며 “손배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청업체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노사는 22일 오전 8시께 교섭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파업 손해 면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조선하청지회는 다시 원점에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태도다. 협상 타결을 위해 임금 인상 등을 포기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임금 30% 인상’을 다시 요구하고 투쟁의 수위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애초 조선하청지회는 여러 차례 교섭을 거치면서 하청업체가 파업 전인 올해 초 제시했던 ‘임금 4.5% 인상’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동안 ‘파업 마지노선’은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민들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한 데 이어, 경찰도 조선소 경찰력을 8개 중대(1개 중대 60~80명)에서 12개 중대까지 늘렸다. 이날 오후엔 정찰용 경찰헬기 1대가 정찰에 나서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조선하청지회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총회를 열고 금속노조 탈퇴 안건을 상정했다. 조합원 절반이 투표에 참여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안이 가결되며, 투표 결과는 22일 오후께 나온다. 23일부터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대다수가 여름휴가를 떠나는 만큼, 조선하청지회의 도크 점거농성도 위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거제/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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