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인터뷰 : 새 책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부장검사
백지 구형 거부·성폭력 신고 등
10년 분투 검사게시판 글 모아
“세상 바꾸기 위해 판례 만들자”
검사·고발인·공익신고자 삶 살아
백지 구형 거부·성폭력 신고 등
10년 분투 검사게시판 글 모아
“세상 바꾸기 위해 판례 만들자”
검사·고발인·공익신고자 삶 살아
지난 17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임은정 검사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성공한 내부고발자가 되고 싶습니다.임은정(48)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여전히 끓고 있다. 그가 비등점을 넘어선 건 2007년 이른바 ‘도가니’ 검사 시절부터다. 2012년 9월 ‘박형규 목사 민청학련 재심 사건’, 같은 해 ‘윤길중 진보당 간사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검찰 지휘부의 백지 구형 지침에 반기를 들고 무죄 구형을 내리면서 흘러넘친 그의 말과 글은,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 미투 사건’, 같은 해 ‘남부지검 성폭력 은폐 사건’ 고발, 2019년 ‘부산지검 고소장 위조 등 사건 은폐’ 고발, 인사거래 제안 폭로(2018년, 2019년) 등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끓어올랐다. 활화는 여전하다. 그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7월까지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으로서 관여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총장이 자신을 업무에서 부당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감찰·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전 총장 수사 방해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공익 신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불기소), 서울고등법원(즉시 항고) 등을 거쳐 대법원에 다다랐다. 그는 검사이면서, 공익신고자(부패신고인)이자, 고발인이다. 그리고 임 검사 말을 빌리자면 “전장이 하나 더 늘었”다. 이번엔 책이다. 제목부터가 <계속 가보겠습니다>다. 책 곳곳에서 그는 스스로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뚜렷하게 내보인다. “(검찰) 실록을 쓰고 싶었다”는 말에 독자들은 어떻게 답할까. 지난 17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출판사에서 임은정 ‘작가’를 만났다. 세상 바꾸기 위해 내가 할 일 ―지난 5월 옮긴 대구지검 생활은 어떤가요?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윤석열 국정원 수사팀장을 대구로 좌천시켰던 게 박근혜 정부 때잖아요. 저도 (대구에서) 구박받아라 그랬겠죠. 그런데 사실 편해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갈 땐 총장에게 충성도 높은 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제게 적대적이었거든요. 대구 오니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이런 현수막도 있었어요.(웃음)” ―이번 책에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검찰 고위직 실명이 담겼습니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2012년 무죄 구형을 하고 나서는 불가촉천민이 됐죠. 딱히 말이 없네요. 말해도 안 듣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고.” ―조금은 편해지신 건가요. 검찰 내부 여론으로부터도? “그건 좀 됐어요. 2018년인가, 검사게시판(인사거래 제안 폭로 당시)을 의도적으로라도 보지 말아야지 하다가, 무심코 들어가게 됐어요. 거기에서 제가 또 피를 흘리고 있더라고요. (비판하는 사람 중에) 아는 이름들이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공황장애가 올 뻔했죠. 아는 이가 돌아설 때 더 힘이 들었어요. 그러다 남편이랑 훌쩍 떠나 광주 5·18 묘지에 있는 송건호 선생님의 묘역을 찾았는데, 거기서 수상 이유(임 검사는 2020년 송건호언론상을 받았다)를 떠올리고 묘한 위로를 받았어요. 아, (5·18이나 독재정권 당시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그렇게 조금씩 게시판 속 ‘말’의 자기장에서 벗어난 거예요.”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게시판 글 올리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다 들고일어날 줄 알았어요. 동료들이 같이 봉화를 들 줄 알았죠. 너무 순진했던 거죠. 그러다가 (게시판 글만으로는) 안 되겠다, 세상을 바꿔야겠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판례를 만들자. 그렇게 점점 전장을 바꿔갔죠.” 그가 ‘게시판 투쟁’에서, 소송으로 방법을 바꾼 계기는 2014년 무죄 구형 징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백지 구형은 적법하거나 정당한 구형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받고서다. ―책 얘기를 좀 해볼까요. 검찰 (출신) 고위직 상당수가 실명으로 등장하네요. 일부는 익명이고요. 기준이 뭔가요? “나름 ‘검찰 실록’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원래 저와 같은 연수원 30기 이상은 몽땅 실명으로 하려 했어요. 검사들은 공인이잖아요. 알알이 이름을 박아 잊히지 않기를 바란 것도 있죠.” ―검찰을 상대로 한 소송뿐 아니라, 강제퇴직 가능성이 있는 심층 적격심사도 받게 됐습니다. 여전히 일이 많네요. “그래도 2016년 1월에 잘릴 뻔했을 때(1차 적격심사) 이미 생존 기술을 익혔달까요. 그때는 당장 어찌 될 것처럼 위축됐지만, 지금은 탈락하면 소송하면 되고…. 또 그게 기록으로 남을 테니까.”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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