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와 단둘이 회식 뒤 넘어져 뇌출혈…법원 “업무상 재해”

직장 상사인 부장과 1대1 회식을 한 직원이 귀가 도중에 넘어져 뇌출혈로 숨진 일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한 공기업의 청소경비 담당자가 직장 상사인 부장과 1대1 회식을 한 뒤, 귀가 도중에 넘어져 뇌출혈로 숨진 일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한 공기업의 청소경비 담당자였던 ㄱ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10월 직장 상사인 시설관리부장과 회식을 마치고 집 앞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다 뒤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뇌출혈이 일어난 ㄱ씨는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3월 숨을 거뒀다. ㄱ씨 아내는 남편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ㄱ씨 아내의 청구를 거절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회식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혔다. 불승인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던 ㄱ씨의 아내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뒤집고 ㄱ씨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ㄱ씨의 회식 상대가 시설관리부의 총책임자(3급)이고, 둘 사이에 개인적 친분도 없어서 사적 관계에서 이뤄진 자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이날 회식 자리에서 주로 청소 장비 구매와 업무 관련 불편 사항을 주로 이야기 나눴고, 이전에 2~3차례 회식이 미뤄져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직원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빠지게 돼 ㄱ씨가 직원들을 대표해 1대1 회식에 참석한 점 등을 고려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는 “이 사건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던 것으로 볼 수 있고, ㄱ씨는 회식에서의 과음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로 숨진 것이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과음에 따른 통상적인 위험 범위를 벗어나서 비정상적인 경로에 의하여 사고가 일어났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