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진정 접수…교도소쪽 전면 부인
법무부 ‘재소자 성추행’ 뒤늦게 인정
법무부 ‘재소자 성추행’ 뒤늦게 인정
‘친고죄 제외’ 법률개정 추진
서울구치소에서 여성 재소자가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한 데 이어, 전북 군산의 한 교도소에서도 여성 재소자 4명 가량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여성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27일 “군산의 한 교도소에 있는 여성 재소자가 함께 복역하다 출소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개인 면담 도중 여성 재소자 4명 가량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으며, 이 친구가 이런 내용을 진정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 내용이 특정 인물을 거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더 조사가 필요하다”며 “서울구치소 성추행·자살 기도 사건 조사를 마무리한 뒤 본격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해당 교도소 쪽은 교도관들의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구치소 여성 재소자 자살 기도 사건을 조사해온 법무부와 서울교정청은 이날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여성 재소자(35)가 구치소 안에서 교도관 이아무개(56)씨한테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또 교정기관에서 일어난 성추행은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정당국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자살충동’ 등의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면서도 “자살시도와 성추행의 인과관계를 단정짓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승성신 서울교정청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자살을 기도한) 피해 여성 수용자가 교도관이 자신을 벽쪽으로 밀면서 끌어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며 입맞춤을 하려 해 밀쳐냈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고를 받은 여직원,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 등에 비춰 피해자의 신고내용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성 재소자는 지난 1일 오후 2시께 서울구치소 제2분류상담실에서 교도관 이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고함을 치고 소변을 못가리는 등의 심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 19일 자살을 시도해 현재 위독한 상태다.
법무부는 앞으로 교정기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분류심사직 여성교도관을 특별채용해 교정기관별로 1명 이상씩 배치하고, 상담실에 투명한 유리문을 설치하고 상담 장면과 내용을 녹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사건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직권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황상철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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