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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 ‘헬렌켈러’ 1만여명 33% ‘무학’…설리번 선생도, 학교도 없다

등록 2022-08-08 05:00수정 2022-08-08 07:31

시청각중복장애, 손으로 만져 소통방식 교육해야
전문교사·교육기관 부재…“미국처럼 관련법 필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한 시청각장애 아동이 묵을 통한 ‘촉각교육’을 받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한 시청각장애 아동이 묵을 통한 ‘촉각교육’을 받고 있다. 밀알복지재단제공

“비장애인 아이들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등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 과정이 있는데, 시청각중복장애(시청각장애) 아동들은 기본적인 틀조차 없어요.”

선천적인 시신경·청신경 결손을 가지고 태어난 정민준(4)군의 어머니 이혜정(44)씨는 학령기를 앞둔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걱정만 앞선다. 시청각장애 아동들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촉수화(손으로 만져서 하는 의사소통) 등 특수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지만, 국내엔 이들을 위한 전문 교사도 기관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처럼 시청각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정부가 법적·제도적 정비에 나서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시청각장애 아동들은 어렸을 때부터 특성에 맞춘 촉감을 통한 자극 치료와 의사소통 교육 등을 받는 게 필수적이다. 적절한 치료·교육을 받지 못하면 커서 정보 접근, 교육, 고용 등에 제약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시청각장애를 단순히 시각과 청각이 더해진 장애가 아니라 ‘곱셈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시청각장애 관련 연구를 해온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명예교수는 “선천적인 시청각장애인들은 적절한 의사소통 교육 등을 받지 못하면 평생을 사회와 소통이 단절돼 사각지대 속에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부모들은 적절한 치료·교육기관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박지훈(3)군의 어머니인 함민애(39)씨는 “아이가 장애통합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아이의 증상을 명확히 알지 못해 맞춤형 교육이 안 되고 있다. 특수교사들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어 막막하다”라고 했다. 김아무개(18)군의 어머니 송아무개(53)씨는 “그 어느 곳에서도 시청각장애 아동이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어릴 때 적절한 교육을 해주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들이 항상 걱정될 따름”이라고 했다. 7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2017년)를 보면, 국내 시청각장애인은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32.7%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장애인들(11.6%)에 견줘 3배가량 높다.

기초 교육조차 힘들게 된 것은 시청각장애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탓도 크다. 김종인 교수는 “우리나라는 장애 유형을 15개로 나눠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데 시청각장애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부터 지원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은 ‘헬렌켈러법’ ‘특수교육법’ 등에서 시청각장애인을 의료적·기능적 관점에서 정의하고, ‘헬렌켈러센터’를 만들어 이들을 위한 독립생활 서비스, 교육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에선 시청각장애인인 하벤 길마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 교육’과 관련한 자조 모임 등을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의 홍유미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로드맵을 설정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예지, 이명수 의원(모두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한 시청각장애 아동이 팝콘을 통한 ‘촉각교육’을 받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 한 시청각장애 아동이 팝콘을 통한 ‘촉각교육’을 받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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