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예산과 관련된 답변을 내놓으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하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8일 오전 전장연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했다. 이날 전장연은 ‘장애인예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증액 및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 촉구’ 공문을 대통령 집무실 민원실에 전달했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에게 공문을 통해 “향후 5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60조원의 부자 감세가 아니라, 오이시디 평균 수준의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약속하고 실행하는 것”이라며 “전장연은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 있게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제3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날 요구안을 전달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한겨레>에 “지금까지 (전장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장애인 예산과 관련해)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과도 만났지만 ‘검토하겠다’, ‘전장연뿐만 아니라 예산 증액해달라는 각 부처 요구들 모두 들어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만 들었다”며 “추경호 기재부 장관에게도 이야기해도 실효성 없고, 그래서 저희가 마지막으로 취임 100일을 맞아 정부 예산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이 장애인 예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으면 오는 17일 예정된 35번째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경석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 대통령실 로비에 전시된 발달장애인이 그린 그림을 감상만 할 게 아니라, 장애인 권리를 실질적인 예산으로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의 약식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발달장애인 예술가 작품 15점이 걸렸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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