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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생아 사망 과실 감추려 간호기록 조작…“의사면허 취소는 위법”

등록 2022-08-09 12:00수정 2022-08-09 15:06

태아 심박수 떨어졌는데 산소공급 지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후유증으로 숨져
“진단서 아닌 사문서 위조…취소 사유 아냐”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자리를 비우고 간호사들에게 ‘카톡 지시’를 한 뒤 간호기록부까지 위조해 실형을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자리를 비우고 간호사들에게 ‘카톡 지시’를 한 뒤 간호기록부까지 위조해 실형을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자리를 비우고 간호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지시를 한 뒤 신생아가 뇌손상을 입고 태어나 3개월 뒤 숨지자 자신의 과실을 감추기 위해 간호기록부까지 위조한 의사에 대한 면허 취소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간호기록부는 진단서가 아니라 이를 위조해도 의료법이 정한 의사 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사 ㄱ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ㄱ씨가 일하던 서울 강남구 한 산부인과는 산모 최종 분만까지 전담 주치의가 책임진다는 책임분만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1월 산모 ㄴ씨가 분만을 위해 입원했을 때 자리를 비운 주치의 ㄱ씨는 간호사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약물 투여 등을 지시했다. ㄴ씨가 낳은 아이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고 3개월 뒤 숨졌다.

ㄱ씨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에게 취한 조처 내용 등을 거짓으로 기록하고, 이렇게 위조된 간호기록부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6월 ㄱ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으나, 이에 반발한 ㄱ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의료법은 허위진단서를 작성·이용하거나 직무상 알게된 환자의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기 혐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ㄱ씨는 자신이 조작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간호기록부는 허위진단서가 아닌 사문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이 ‘위조사문서행사’ 혐의(형법 제234조)도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ㄱ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료법이 의사 결격 사유로 명시하고 있는 ‘위조사문서행사’(형법 제234조) 규정은 위조사문서(형법 231·232조)와 허위진단서(형법 233조)를 이용한 경우에 모두 적용되는 법조항인데, 이 가운데 의료법상 의사 결격 사유로는 허위진단서를 이용한 경우만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 옛 의료법이 모든 범죄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가, 2000년 법개정으로 ‘의료 관련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결격 사유로 규정한 취지에 따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입법 미비’도 함께 지적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범한 죄는 간호기록부 위조·행사라 보건의료 관련 범행이라 볼 수 있기는 하다”면서도 “보건의료 관련 사문서(간호기록부)를 위조·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별도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심과 대법원도 모두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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