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수사 범위를 규정하는 시행령을 개정해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이 한달 남짓 남은 가운데,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 범위를 오히려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검찰 수사 총량을 축소하겠다는 국회 법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내용이어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논란처럼 상위법을 넘어선 시행령을 두고 위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1일 오후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오는 29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 대통령령(시행령)은 지난 5월 여야가 법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 범위에서 제외한 주요 범죄 대부분을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무부 스스로 재편입시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국회는 검찰의 반발에도 여야 합의로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축소했다. 법무부는 “현행 시행령은 합리적 기준 없이 검사 수사개시 대상 중요 범죄를 과도하게 제한해 국가 범죄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했다”며 시행령 개정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공직자 직권남용 등을 부패행위로 규정한 부패방지권익위법 등 넓은 의미로 부패를 정의하는 다른 법률들을 근거로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직접 수사 범위에서 삭제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경찰 수사 범죄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가 섞여 있을 때도 “성격에 따라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하겠다”고 했다. 또 마약범죄, 폭력조직 및 보이스피싱 범죄 등도 “불법적 이익 목적 및 민생경제 침해이기 때문에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경제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또 부패·경제범죄 중 일정 직급이나 금액 이상이 되어야만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법무부령)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접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장관은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가 가능한 중요 범죄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다른 법률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이 개정 검찰청법을 무력화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반면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려는 입법 취지를 시행령 개정으로 회피하는 꼼수”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만든 법을 또 다시 ‘시행령 통치’를 통해 무력화할 경우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회에서 2대 범죄로 줄여놨는데, 결과적으로 기존 6대 범죄 때보다 검찰 수사 범위가 더 늘어났다”고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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