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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로운 선생님 마지막 모습에서 ‘통일의 길’ 봤습니다”

등록 2022-08-11 18:30수정 2022-08-12 02:36

[가신이의 발자취] 통일열사 고 이두화 선생을 추도하며

지난 7월 26일 광주 국빈장례문화원에서 고 이두화 선생 추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제공
지난 7월 26일 광주 국빈장례문화원에서 고 이두화 선생 추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제공
광주 기독교교회협의회(NCC)에서는 설과 추석 명절 때면 지역의 장기수 선생님을 초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모일 수 없어 비대면으로만 안부를 묻고 건강을 기도했다.

지난달 25일 별세한 고 이두화 선생님도 2018년부터 요양병원에 계셔서 뵙지 못했다. 올 설날에도 면회할 수 없어 편지글만 전해드려야 했다.

선생님은 전북 완주군 삼례에서 1928년 8월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함경남도 함주군 천원면이 고향인 부친은 그무렵 전주 제일보통학교 교사로 있다 항일운동을 위해 만주로 이주했다. 중국 용정에 학교를 세운 아버지를 따라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선생님은 10살 때 가족과 함께 북으로 귀향했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나전여고를 졸업한 뒤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선생님은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에서 조선사를 전공했다. 대학 3학년 때인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그해 7월에 북 정치공작도당학교 강사로 전남 무안군에 여동생 월화 씨와 함께 내려왔다. 15살 남동생도 인민군으로 참전했다. 고인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북으로 가는 퇴로가 끊기자 전남 영암 월출산으로 들어가 백운산 전남도당학교 강사생활을 하다 1953년 지리산으로 이동했다. 이듬해 2월 체포된 고인은 군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으나 1955년 12월 국가보안법 혐의로 다시 구속돼 3년 옥중생활을 했다.

선생님은 서른 살에 광주교도소에서 풀려나 미용학원 강사와 막노동을 하다 2년 뒤 함께 빨치산 활동을 한 통일운동가 최장렬 선생님과 결혼해 전남 나주시 남평에 정착했다.

2017년 전국 양심수 후원회와 함께 남평의 집을 방문하면서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다. 농가 창고를 개조한 허름한 집에 세를 들어 살고 계셨다. 단칸방에 외롭게 살고 계셨지만 세상살이에 관심이 많으셨다. 체구가 작은 선생님은 허리가 굽어 더 작아 보였다. 하지만 얼굴은 단아한 모습이었다. 조용한 성품의 선생님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시사 잡지를 좋아해 사 드리면 좋아하셨다. 요양병원에서도 그림 색칠하기와 시사 잡지 읽기를 즐겨 하셨다고 한다. 그동안 모아둔 색칠 그림과 자료를 정리해 전시회를 생전에 해드리고 싶었지만 그것마저도 선생님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 통일조국을 바라는 선생님 뜻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때) 함께 남으로 왔던 여동생과 전쟁에 참전한 남동생 생사를 알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고 늘 말씀하던 선생님은 특히 북에 있는 오빠들을 만나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하셨다. 입관 때 참관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두화 선생님 얼굴을 보았다. 평화로운 선생님 얼굴에서 통일의 길이 보였다.

장헌권/목사·통일열사 이두화 선생 통일장 장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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