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경찰국) 앞에서 성균관대민주동문회 등 6개 단체가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제공
“경찰국장 된 김순호는 최동 오빠가 아끼는 후배였습니다. 김 국장은 오빠에게 마음의 빚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오빠 무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고 최동 열사의 여동생 최숙희씨는 12일 오전 오빠의 대학 후배이자 노동운동 동지였던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 열사는 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고문 후유증으로 이듬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는 “김 국장은 대학생 때 우리 동숭동 집에도 자주 놀러 왔었다. 젊은 시절 따스한 밥을 해주던, 지금은 오빠가 돌아가신 이후 신경안정제로 살아가는 어머니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고 했다.
성균관대민주동문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경찰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화운동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한 자를 경찰국장에 임명한 것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김 국장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 국장은 의혹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는 둥 ‘확인이 어렵다’는 둥 밀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성균관대 재학생 일동 등이 참여했다.
1980년대 후반 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김 국장은 인노회 동지들의 정보를 주고 1989년 8월 ‘대공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그가 경찰에 입문한 직후 그가 활동했던 인천·부천 등지 노동운동가들은 잇따라 연행되는 등 대공수사 표적이 됐다. 이와 관련 김 국장은 지난 11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제가 진짜 프락치이고 밀고했다면 정말 의심 받을 게 뻔한데 인노회 사건이 끝나자마자 어떻게 특채가 되느냐”며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고, 억측으로 구성된 소설 같은 소리”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