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명세서 의무화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직원들이 관련 홍보 포스터를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5년 넘게 근무했는데 단 한 번도 월급명세서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급여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회사에 찍힐까 봐 월급명세서 달라고 하는 직원도 없습니다.”
“4대 보험을 공제하고 월급을 받기로 했는데, 월급만 보내고 명세서를 주지 않습니다. 월급명세서를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몇 달째 묵묵부답입니다.”
지난 6∼7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다.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으나 임금명세서를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여전히 많으며, 신고돼도 과태료 부과는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직장갑질119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제도 시행 후 지난 6월30일까지 8개월 동안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임금명세서 작성·지급 의무 위반 사건은 854건이었다. 이 중 과태료 부과는 5건(0.6%)에 불과했으며, 개선지도 378건(44.2%), ‘기타 종결’ 381건(44.6%)이 대부분이었다. ‘기타 종결’에는 당사자 간 합의로 신고인이 사건 종결을 요청한 건수가 포함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금명세서 의무 교부가 시행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10∼1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인 17.4%가 임금명세서를 받고 있지 않았다. 비정규직(30.8%), 5인 미만(48.1%), 월 급여 150만원 미만(35.1%)에서 높게 나타났다. 임금명세서 지급 의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 51.8%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직장인을 상대로 임금명세서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 10곳을 신고받아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과 과태료 부과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2곳은 노동자가 100인이 넘는 사업장이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임금명세서 위반 과태료 부과가 고작 5건이라는 사실은 노동법은 안 지켜도 되는 법이라고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도의 시행 초기에 정부가 적극적인 법 집행을 통해 새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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