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8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새로운 CI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준 기자
‘국민을 받들며 바로 세우는 정의, 새롭게 쓰는 청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8일 발표한 새 슬로건이다. 새로운 상징물(CI)도 5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고 함께 발표했다. 국민을 소중히 섬기면서 치우침 없이 독립적 수사를 추구하는 공수처 구성원들의 양 손을 상징물에 표현했다고 한다. 그동안 공수처는 정부가 사용하는 태극 문양 상징물을 써왔다. 행정·사법·입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 공수처가 새 상징물과 슬로건을 발표한 것 자체는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공수처가 새롭게 발표한 슬로건과 상징물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공수처가 보인 그 동안 행보 때문이다. ‘명운을 걸라’는 주문까지 받았던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8개월 동안 했지만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도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판사사찰 문건’ 의혹으로 입건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10개월째 조사도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수사에 착수한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검찰의 ‘보복 기소’ 사건도 굼뜨게 진행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유씨가 공수처에 당시 수사 검사들을 고소했지만 6개월이 지나서야 첫 고소인 조사가 이뤄졌다. 아직 피의자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들 시선만 싸늘한 게 아니다. 위기감은 내부에서도 스며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공수처 검사들이 사표를 쓰고 대형 로펌을 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평검사도 아닌 부장검사가 공수처 지휘부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가라앉는 배’라 여겨서 그런지 입직 경쟁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초 출범 당시 검사를 채용할 때만 해도 경쟁률이 10대 1을 넘겼지만, 올해 하반기 검사 3명을 뽑을 때에는 17명만 지원했다. 김진욱 처장이 직접 언론 브리핑에서 ‘검찰 출신 지원자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한 게 무색하다.
검찰은 2004년 엄정한 법 집행을 뜻하는 ‘칼’을 형상화한 지금의 상징물을 공개했다. 대나무의 올곧음을 차용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구현했다고도 설명했다. 18년이 지난 지금, 상징물대로 검찰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엄정하게 수사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김진욱 처장은 이날 상징물과 슬로건을 발표하며 “오늘을 공수처가 새로 시작하는 날로 규정해도 무방하다고 본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공수처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한다”고 말했다. 허언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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