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수주전이 펼쳐졌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2017년 롯데건설은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한 홍보업무를 위해 ㄱ씨가 운영하던 홍보대행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과 ㄱ씨 회사 직원들이 실행한 홍보 업무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달라”며 조합원들에게 현금 100만원을 건네거나 여행, 숙박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시공사 선정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면 안된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되는 행위였다. 롯데건설 쪽은 239회에 걸쳐 무려 530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무원 지위로 의제돼 뇌물 혐의 대상이 되는 재건축 조합 이사에게 뇌물도 건넨 혐의도 적용됐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이사였던 ㄴ씨는 한 다단계 판매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롯데건설과 ㄱ씨 회사는 ㄴ씨가 일하는 다단계 업체의 하부 회원으로 가입해 제품 5천만원어치를 구매했다.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해 ㄴ씨에게 환심을 사고자 한 것이었다. 검찰은 이로 인해 ㄴ씨가 다단계업체 본사로부터 받은 수당이 3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 해 가을, 롯데건설은 1888세대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시공 사업을 따냈다.
같은 시기,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아파트의 재건축 조합이 진행하고 있던 시공사 선정 입찰에도 참여하고자 같은 방법으로 조합원들에게 금품 등을 뿌렸다. ㄱ씨 회사와 손잡고 조합원들에게 과일 또는 숙박권을 뿌렸다. 여기에 쓰인 금원만 354차례 1억1천여만원에 달했다. 이같은 홍보 업무에 사용하고자 신반포15차 아파트 조합원 235명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이 적힌 파일도 활용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에 밀려 사업을 낙찰받지는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24일 이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법인에게 벌금 7천만원, 홍보사 대표 ㄱ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직원 등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제공된 비용은 결국 공사비에 반영돼 조합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특히 롯데건설과 ㄱ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일로 벌금 5천만원과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 다시 같은 잘못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금품 제공 의사표시 등이 실제로 조합원들에게 도달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조합원들에게 실제로 제공된 선물 등의 합계 금액은 공소사실보다 적은 것으로 보이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감안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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