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헌법재판소(헌재)에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군형법 92조6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25일 인권위는 “지난 24일 헌재에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며,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지금까지 상호 합의로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됐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헌재는 지난 2002년, 2011년, 2016년 세 차례에 걸쳐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으나, 여전히 헌재에 계류 중인 해당 법률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는 12건에 달한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는 것이 ‘이성 군인 간의 항문성교’,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항문 성교’ 등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지, ‘그 밖의 추행’이라는 규정은 행위의 성적 강도가 어느 정도 이를 때를 지칭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범죄 구성요건을 단순히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무엇이 처벌받을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예측할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적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인권위는 해당 법률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도 봤다. 그러면서 △입법자가 성행위의 방법까지 규율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이미 공연음란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으로 ‘군기 문란’ 범죄를 규율 가능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이 외부에 알려짐으로써 군인이 받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함을 이유로 들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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