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휴일인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을 끼고 미국 출장을 다녀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행위를 두고 공무원 출장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국 공휴일이 포함된 출장을 자제하라는 규정 취지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한 장관이 미국 출장 예산을 아꼈다면서도 세부적인 집행 내역 공개를 거부한 바 있는데, 미국 출장의 적절성이 잇따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24일 자신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에 관한 예규’를 읽다보니 한동훈 장관의 미국 출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규는 ‘방문국의 공휴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출장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는데, 한 장관이 이를 어겼다는 취지다.
한 장관은 6월29일부터 7박9일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7월6일 한국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던 날은 7월5일까지 모두 7일이었다. 이 가운데 토요일인 7월2일부터 공휴일인 7월4일까지 사흘간 휴일이었다. 일정의 절반 가까이를 현지 기관 방문 등이 어려운 연휴 기간으로 잡은 것이다. ‘방문국 공휴일을 고려하는 등 방문 시기는 적합한지’ 따지도록 규정된 예규의 ‘공무국외출장 심사 및 허가기준(심사기준)’ 취지에 반하는 셈이다.
이 심사기준은 ‘하루 최소 1개 기관 이상 방문’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한겨레>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미국 출장 상세일정을 보면, 7월1일(금요일)에는 출장 첫날인 6월29일 만찬을 했던 조태용 주미대사와 다시 오찬을 한 게 한 장관 일정의 전부다. 미국 법무부 등 법무부가 밝혔던 출장 목적에 기재된 미국 기관 방문은 없었다. 공휴일인 4일(월요일)에도 배종인 주유엔(UN)대표부 차석대사와 오찬을 가졌지만 출장목적 등에 포함된 기관 방문은 없었다. 두번의 오찬 일정은 법무부 출입기자단에 따로 공지되지 않았고 국외출장결과보고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승수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장을 효율적으로 가려면 연휴를 피하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이라며 “출장 일정을 짜는 데 미숙한 점이 있었다면 사과하고 그렇게 된 사유를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공휴일을 포함해 출장 일정을 잡은 이유에 관해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와의 일정 조율 등을 고려해 당시 출장 일정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찬 일정’ 등을 출장결과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이유로는 “‘출장국 현지기관’과 협력관계 구축이라는 핵심사항 위주로만 (결과보고서에) 기재했다”며 “기관을 방문하지 않은 날은 없다”고 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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