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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각지대 없는 코로나 보상”…지켜지지 않은 ‘1호 공약’

등록 2022-08-27 07:00수정 2022-08-27 09:15

[한겨레S] 이슈
코로나 손실보상 사각지대 논란

“돌아가신 부친, 본인 인증 안돼”
손실보상 못 받은 사례들 잇따라
1호 공약 안 지키고 사과도 없어
‘이의신청’ 통해서라도 구제해야
1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원이 코로나 손실보상금 이의신청자의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이의신청 마감은 31일. 연합뉴스
1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원이 코로나 손실보상금 이의신청자의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이의신청 마감은 31일. 연합뉴스

“저는 코로나19 감염으로 돌아가신 분의 자녀입니다. 아빠께서 개인택시를 하셨는데 이번 손실보전금 600만원 즉시지급 대상자셨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뒤라 (소상공인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본인 인증을 할 수 없었습니다. 택시는 돌아가시고 기한 안에 정리해야 해서 이미 다른 분께 다 팔았습니다. 지급 대상자인데 인증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급이 어렵다고 해요ㅜㅜ. 인증하고 싶어도 돌아가셔서 그런 건데요.”

최근 한 소상공인 자녀로부터 이런 딱한 연락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지 100일을 훌쩍 넘겼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머리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정부 출범 직후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 코로나19 손실보전금 등 25조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마치 소상공인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손실보전금을 차질 없이 지원한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원 규모·액수 모두 줄여

지난 4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기본통계상 소상공인·소기업 약 551만곳이 2019년 대비 2020년과 2021년 입은 손실이 54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소상공인 지원안 발표 브리핑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과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 경영정상화 및 회복지원’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온전한 손실보상 패키지’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세웠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은 지난달 소상공인 업체 363만곳에 모두 22조원이 지급됐다. 한달 뒤, 대통령이 밝힌 손실보전금은 25조원으로 3조원 늘었다. 정부 출범 100일이 넘도록 지급된 손실보전금이 피해 추산액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애초 ‘소상공인에게 사각지대 없는 50조원 방역지원금 지급’이라는 계획을 내세웠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코로나 피해를 입은 전국 중소상공인들에게 1인당 최대 1천만원씩 5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지난해 7월 이전 영업금지·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소급 지원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사실상 1호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중소상공인과 소기업들엔 큰 위로가 됐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 방역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중소상공인과 소기업 피해 지원에 인색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대비됐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적극적인 보상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자 중소상공인과 소기업인들이 크게 환영했던 것이다. 또 당시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휘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50조원을 넘어 100조원이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혀 계속 화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공약이 생존 위기에서 절박했던 적지 않은 중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윤 대통령 쪽으로 끌어가는 효과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자 태도가 달라졌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형편이 괜찮으신 분은 돈(방역지원금)을 받으면 소고기를 사서 드셨다”는 발언 등을 내놓으며 공약 파기에 시동을 걸었다. 결국 피해보상 대상 업체가 370만여곳으로 대폭 축소됐다. 애초 계획과 견줘 무더기로 손실보전금 지원 대상이 제외되면서, 무수한 사각지대와 억울하고 애매한 탈락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피해보상액도 애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600만원 지원을 기본으로 하게 됐다. 1천만원 지원은 예외적으로 일부에게만 적용된다. 또 소급보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1호 공약이 결과적으로 ‘눈속임’이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한 공약 파기로 수많은 중소상공인-소기업인들은 억울하고 애매한 사유로 보상금 대상에서 탈락한 고통과 피해를 겪게 됐다.

중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절박하다. 지난해 12월15일 이전 창업한 이들이 손실보전 대상으로 최소 6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하루 뒤인 12월16일 이후 창업한 이들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영업 환경이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지난해 12월31일 전에 폐업한 이들 역시 한 푼도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전국 공부방 선생님들처럼 사실상 방역 명령을 이행했지만 ‘방역조치 권고만 받았다’고 방역명령이행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소상공인들 상당수가 매출이 아주 조금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손실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많은 택시기사, 화물기사, 자영업자들이 이런 경우에 포함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돼 어쩔 수 없이 판매가격을 올렸더니 영업이익은 그대로 이거나 실제로는 줄었는데, 겉으로 보이는 매출만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손실보전 대상에서 탈락한 많은 중소상공인들도 있다.

지급 대상자였던 부모님이 안타깝게 사망한 뒤 자식들에게 손실보전금 수급권이 승계되지 않거나, 영업을 할 수 없었는데 매출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자에서 일괄 탈락한 중소상공인들, 매출 감소를 수치로 입증하지 못한 간이과세나 수기 세금계산서 발급 사업자들도 많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100일이 넘도록 소상공인들의 억울함과 피해에 대한 관심이나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1호 공약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는데 사과나 반성도 없다.

이의신청자 구제 제대로

지금 전국 중소상공인들은 ‘손실보전금사각지대소상공인연합’ 등 단체를 만든 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을 비롯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한상총련), 민생경제연구소 등과 함께 각종 집회와 집단민원, 1인시위 등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부터 31일까지 누리집(소상공인손실보전금.kr)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탈락자들의 이의신청을 받고 있는데,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 1호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거나 최소한 이의신청을 한 이들에 대해서라도 일괄 구제를 반드시 단행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20%대를 맴돌고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 고위인사들은 집권 3개월여 만에 왜 이런 처지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을까? 1호 공약, 중대한 공약을 파기하고도 별다른 반성이나 사과, 개선 조처를 마련할 생각도 하지 않는 태도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닐까? 정부와 여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역할은 ‘1호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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