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이 입점도 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를 요구하며 권리금 반환을 주장하는 경우 임대인의 귀책사유가 없으면 권리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차인 ㄱ씨가 임대인인 ㄴ씨를 상대로 “권리금 2천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ㄱ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은 ㄴ씨에게 계약금 350만원을 지급하고 입점 지정 시기 이후 24개월간 상가를 임대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ㄱ씨는 계약금과 별도로 권리금 2천만원도 함께 지급했다.
그런데 ㄱ씨는 입점 시기가 다가오자, 2017년 12월 “계약금을 포기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며 ㄴ씨에게 권리금 2천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ㄴ씨가 ‘임대차계약은 계약금 배액상환 등으로 해제할 수 없다. 임차인 사정으로 입점이 불가할 경우 임차인은 제3자에게 전대할 수 있다’는 계약 특약사항을 들어 요구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두 사람 사이 임대차계약은 ㄱ씨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인 2018년 5월, ㄱ씨가 약속한 잔금을 치르지 않자 ㄴ씨가 계약 해제 의사를 밝히면서 해제됐다.
앞서 1·2심은 모두 ㄱ씨 승소로 판결했다. 2017년 12월 ㄱ씨가 요구한 임대차계약 해제는 부적법했지만, 2018년 5월 ㄴ씨가 ㄱ씨의 잔금 미지급에 따른 계약해제 의사를 밝힌 이상 임대차계약 해제에 따라 권리금계약도 해제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ㄴ씨가 ㄱ씨에게 2천만원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게 하급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ㄴ씨가 권리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앞서 대법원은 “임대인의 사정으로 중도 해지됨으로써 약정 기간 동안 재산적 가치를 이용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임대인은 권리금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의무를 진다”고 임대인의 권리금 반환 의무를 좁게 해석하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ㄱ씨는 스스로 상가 입점을 거절했고, 직접 입점하지 못할 경우 제3자에게 전대할 권리를 사전에 보장받았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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