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열린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오 후보자가 선서를 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에 오른 오석준(60·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 후보자의 ‘800원 횡령 해고’ 판결 당시 회사 쪽 변호사가 오 후보자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특히 당시 해고 당사자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직후, 잔돈 횡령을 빌미로 해고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서민에게 가혹한 판결을 했던 배경에 오 후보자의 사적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커진다.
오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당시 사건 변호인과 고등학교 동문 등 인연이 있었다는 취지의 질의에 “오래전 일이라 잘 몰랐고 이번에 판결문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관계가 있는 분들이 대리인으로 오는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고, 제 기억으로 그 변호사가 제 민사사건 서너 건을 한 것 같은데 승소는 그것 한 건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오 후보자는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재직 시절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를 해임한 고속버스 회사의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횡령금액이 소액인 점 등을 들어 징계 양정이 과도하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오 후보자는 “노사합의서에 ‘운전원의 수입금 착복은 금액을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오 후보자는 2년 뒤인 2013년 2월 변호사로부터 85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의 면직에 대해 “가혹하다”고 판결을 한 바 있다.
특히 당시 해고 당사자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직후 문제의 해고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오 후보자의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회 대법관(오석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노위로부터 받은 2011년 전북지노위 판정문을 보면, 해고 당사자가 기업노조를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한 직후 회사는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판독해 400원씩 두차례 잔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한달 만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 징계를 의결했다. 이탄희 의원은 “(오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노동자·서민에게 가혹한 판결을 하고 권력기관 종사자에게는 속사정을 살펴주는 판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그 분(버스기사)이 저의 판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단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며 “당시 사정을 살핀다고 했으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많이 고민했으나 단체협약 등에 횡령은 금액의 다과를 불문하고 해임 외에 다른 징계 처분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와 윤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오 후보자와 자주 만나는 등 두 사람의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적 친분이 있을 것 같은 데 없느냐”고 묻는 안호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학 다닐 때 (윤 대통령과) 식사하게 되면 술을 나누곤 했고, 이후 만남에서도 보통 저녁에 만날 때는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편 오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 임명 공직자의 인사검증 업무를 넘겨받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헌법재판관 인사검증까지 맡아 삼권분립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의 경우에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맡는)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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