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노회 사건 피해자 이성우씨(앞줄 맨 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밀정의혹 김순호 파면, 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 발족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프락치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의 파면과 녹화공작 사업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연대체가 출범했다.
전국민중행동·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227개 시민사회·노동·종교단체가 모여 결성한 ‘김순호 파면·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국민행동)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치주의와 헌법,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밀정 공작에 대한 진상 규명과 김 국장 즉각 파면을 요구하며 국민행동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천부천노동자회(인노회) 회원으로 활동한 이성우씨는 “18명이 연행되고 15명이 구속된 인노회 사건은 당시 공안 정국으로 가는 신호탄 같은 사건이었다”며 “이후 동지를 잃은 슬픔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정황을 볼 때 김순호 경찰국장이 밀고한 게 틀림없다고 확신한다”며 “김 국장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경찰국 고위직 맡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 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김 국장은 인노회에 같이 활동한 이들의 정보를 주고 1989년 8월 ‘대공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경찰에 입문한 전후 그가 활동했던 인천·부천 등지 노동운동가들은 잇따라 연행되는 등 대공수사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또 대학 재학 시절 강제징집된 뒤 학내 운동권 정보를 국군보안사령부에 보고(녹화사업)했던 김 국장이 제대 후에도 정보원 구실을 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김 국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이날 김 국장의 파면과 경찰국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 녹화사업 진실규명도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보안사나 기무사 등이 수많은 민주화 학생운동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사실상 밀정 공작인 녹화사업에 대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국회에서 국정 감사 및 특검 도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세웅 신부(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는 “고통받으셨던 분들의 진솔한 고백을 듣고 마음이 아프다”며 “법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법관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어떻게 하위 시행령을 가지고 모법을 어긴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수 있느냐. 역사와 시대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김교흥·이성만·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김순호 경찰국장 피해자 증언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1980년대 후반 내무부 치안본부 수사로 구속됐던 피해자 및 녹화사업 피해자들이 나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들은 증언을 마친 뒤 김 국장에 대한 인사 조처를 촉구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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