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이 7일 “정치권이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줄거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원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정치권와의 필연적 긴장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정치는 권력 쟁취를 목표로 하는 탐욕이 본질적 요소이고, 법치는 보편적 이성에 근거해 정치의 폭주를 막는 역할을 하므로 항시 서로 충돌하고 갈등한다”며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 줄 것이라는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검찰 내부에 팽배한 검찰 출신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이어 2013년 <한국방송>(KBS) 수신료 1500원 인상이 여론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과 검찰 수사권 조정안이 여론의 큰 반발 없이 국회를 통과한 점을 대비하며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이 국민 호주머니 속 천원짜리 한장의 가치도 없었다는 말도 된다”고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투명성 강화였다. 여 원장은 “더는 정치 쟁점화된 사건 속에 빠져들어 조직 전체가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획기적인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과감하게 실행해야, 검찰이 정치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권력 투쟁의 재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 여 원장은 대검찰청 중수2과장·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청주지검장, 대전고검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사단’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 원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랐던 김후곤 서울고검장도 이날 퇴임식을 가졌다. 김 고검장은 전날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검찰이 외풍을 막는 일에 지쳐있는데, 그럴수록 행복하고 즐거운 미래 검찰의 모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지난 4월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 당시엔 검찰 내 반대 여론을 주도하기도 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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