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역이 귀성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추석 때는 20명 정도 모이지 않을까 싶네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나익순(67)씨는 고향 광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씨는 “그동안 고향집에 동생들을 못오게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고 해서 객지에 있는 동생들이 광주로 많이 오기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크게 모인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처음으로 맞는 명절인 이날 오전, 전국 기차역과 터미널로 향하는 서울역·용산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손에 노란색 보자기로 싼 과일 상자나, 홍삼이 들어있는 종이가방, 명절 선물용 참치와 김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날 서울에서 출발하는 케이티엑스(KTX) 하행선 열차는 사실상 매진됐다. 한국철도공사는 낮 12시 기준으로 하행선 열차 예매율이 경부선 96.3%, 호남선 93.2%, 전라선 95.1%라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매진된 표 창구 앞에 서 있던 장윤정(51)씨는 “원래 남편과 대구에 있는 시댁에 오늘 가려고 했는데 표를 못 구했다. 내일 입석 표를 간신히 구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전 11시55분께 서울역 매표소 전광판에 ‘매진’ 으로 뜬 열차 정보가 나와 있다. 박지영 기자
귀성객들은 가족·친지들을 오랜만에 보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전북 전주행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최아무개(23)씨는 “2년 정도 친척들을 보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이전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됐던 사촌동생이 3살이 됐다. 못 본 지 오래돼서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만 2년 넘게 전남 진도에 사는 조부모를 만나지 못한 대학생 한아무개(25)씨는 “그동안 명절 때마다 아르바이트하는 등 저 혼자 보내서 살짝 들뜬다”며 “할머니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집밥이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를 겪으며 달라진 명절 풍경도 감지된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정아무개씨는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명절에 다 같이 보여서 밥 한끼 먹는 분위기였다면, 코로나 때 워낙 안 모이다 보니까 거리두기가 풀려도 각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강경자(71)씨도 “이번 추석 연휴를 이용해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못 간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베트남 패키지 여행을 가려고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를 타러 왔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역에서 김대연(맨 오른쪽)씨 가족이 부산행 열차로 향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은 접촉면회를 제한하다 보니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휴가 나온 군인 최오성(21)씨는 “아흔살인 할아버지가 이번에 요양원에 들어가셨는데, 코로나19 재유행이 심해져서 면회가 안 된다고 하더라. 돌아가실 수 있어서 이번 명절 앞두고 꼭 뵙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9~12일까지 안성·이천·용인·화성·섬진강·백양사·보성녹차·함평천지·통도사 등 9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한다. 이 기간에는 만 60살 이상 등 우선순위 검사 대상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무료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휴게소 포함 전국 85개 임시선별검사소별 운영 시간은 코로나19 누리집(ncov.mohw.go.kr), 지자체 누리집, 포털사이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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