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이익을 위해 판결문을 열람하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ㄱ씨가 기자 ㄴ씨와 소속 언론사,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ㄱ씨는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고 혼인신고를 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 및 기록행사)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ㄴ기자는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해당 판결문을 열람하고 기사를 썼다.
ㄱ씨는 “동의 없이 형사사건 판결문을 공개해 기자에게 기사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기사로 악성 댓글을 받는 등 모욕을 당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사안이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표현이 부당하지 않은 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사건 기사는 ㄱ씨 실명을 공개한 것이 아니어서 사생활 침해 정도가 경미할 뿐만 아니라, ㄱ씨에 대한 범죄사실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하면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성이 적지 않아 보이므로 공공의 이익이 더 커 보인다”며 ㄴ기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보판사가 판결문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서도 “판결의 공개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원리로 어떠한 경우에도 거부할 수 없다. 2013년부터 사건과 관계없는 일반인에게도 확정된 형사판결문에 대한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가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기사의 주요 내용은 국민의 알 권리 및 범죄예방 등에 관한 것이다. 기사 내용을 고려하면 ㄴ기자의 기사 게재행위에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사건 기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고 그 내용도 국민의 알 권리와 범죄예방에 관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며 ㄱ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