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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성폭력 피해 산재 보험금, 가해자에게 구상 청구 못 해”

등록 2022-09-14 06:00수정 2022-09-14 08:55

동료의 고의·과실로 인한 산재도 사업장 내 위험
근로복지공단 보상책임이 산재보험 목적에 부합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근로복지공단이 직장 내 성폭력으로 숨진 피해자 가족에게 지급한 산업재해보상 보험금을 가해자에게 달라고 구상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ㄱ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공단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ㄴ씨는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직속상사인 ㄱ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ㄱ씨는 업무 공간이나 회식장소 같은 공개적 장소뿐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ㄴ씨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하고, ㄴ씨를 강제추행했다.

ㄴ씨가 2년3개월간 이어진 성폭력을 회사에 신고하면서 ㄱ씨는 사직했지만 ㄴ씨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ㄴ씨는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ㄴ씨의 가족은 ㄱ씨의 지속적인 성폭력으로 ㄴ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고, 공단은 1억6천여만원을 지급한 뒤 ㄱ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ㄱ씨가 사망 원인을 제공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1·2심은 ㄱ씨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1심은 ㄱ씨가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ㄴ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ㄴ씨의 사망을 초래하는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이 경우 ㄱ씨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들어 ㄱ씨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2심도 동일한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의 불법행위와 ㄴ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면서도 산재보험의 취지상 ㄱ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004년 대법원은 업무 중 실수로 화재를 일으켜 동료를 다치게 한 사건에서 ‘산재보상보험의 성격에 비춰 동일한 사업주에게 고용된 동료 근로자 행위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동료 근로자는 공단의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에 대해 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동료 노동자의 고의·과실로 피해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됐더라도 가해자에게 이를 구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토대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동료의 가해행위로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사업장 내 기계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 볼 수 있고, 구상제도가 가해자를 응징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기존 판례 법리를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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