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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주운전 검사, 규정 없어도 ‘해임’ 한다는 검찰…예규부터 고쳐야 [현장에서]

등록 2022-09-16 06:00수정 2022-09-16 10:08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ㄱ검사가 혈중알코올농도 0.2%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고 가정 해보자. 대검찰청 예규 ‘검찰 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대검 지침)은 최초 음주운전을 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면직까지만 징계할 수 있도록 명시해놓고 있다. 그런데 일반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인사혁신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혁신처 규칙)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해임까지 가능하다. 법무부가 혁신처 규칙에 따라 해임하면, ㄱ검사는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ㄱ검사가 해임에 반발해 소송을 내면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런 가정을 해본 까닭은 전날 <한겨레> 기사에 대한 대검찰청의 해명에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전날 검사만 쏙 빠졌다…‘음주운전 1회=퇴출 가능’ 공무원 징계 기사를 통해 법 집행기관인 검사가 일반 공무원보다 오히려 음주운전 징계 기준이 완화된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일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혁신처 규칙은 음주측정에 불응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만취 운전’의 경우 해임까지 가능하지만, 검사들에 대한 징계 기준을 정하고 있는 대검 지침은 최고 면직 처분까지만 규정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해임 처분을 받게 되면, 공무원 연금이 감액되고 퇴직 뒤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는 기간도 늘어난다.

이에 대한 대검찰청의 반응은 “혁신처 규칙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 시 일반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해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다 완화된 별도 징계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혁신처 규칙을 준용할 수 있다는 구두 설명만 되풀이 한 것이다. 준법 의식과 윤리 기준에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할 검사들이 규정에도 없는 무거운 징계 기준을 적용받겠다니 다행스런 해명이었다. 그러나 그간의 징계 관련 규정의 개정 연혁을 따져보면, 대검 쪽 설명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대폭 올라간 것은 2019년 6월이다. 2018년 11월 법조인을 꿈꾸던 고려대생 윤창호씨가 군복무중 휴가를 나와 음주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고가 알려진 뒤,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 혈중알코올농도 0.1%를 기준으로 경징계/중징계가 나뉘던 기준이 0.08%로 강화됐다. “혁신처 규칙을 징계 기준에 반영”한다며 검찰도 한달 뒤 지침을 개정했다. 마찬가지로 혈중알코올농도 0.1% 기준을 0.08%로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2015년 8월에도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세분화한 혁신처 규칙이 나오자 한달 뒤 검찰은 유사한 내용으로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혁신처가 지난해 12월 해임까지 가능한 ‘0.2% 기준’을 새롭게 정하며 규칙을 바꿨지만, 검찰은 9개월째 지침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대검 말마따나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오래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검사 해임을 할 수 있다’는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도 어렵다. 실제 ‘음주운전으로 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한 검사는 최근 견책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규정상 ‘정직-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사유지만, 규정보다 훨씬 경미한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음주운전을 근절하겠다는 검찰의 다짐이 신뢰를 얻으려면, 그저 선의만 믿어달라는 말 대신 명문화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같은 법 집행기관인 경찰은 지난해 12월 혁신처 규칙이 바뀐 당일, 곧바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해놓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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