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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만리재사진첩] 황금 볏단 쥐어도…풍년이 더 서러운 농민

등록 2022-09-22 05:00수정 2022-09-22 08:49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논에서 낫으로 벼를 베고 있다. 김씨는 농약과 비료 등 모든 게 다 올랐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는 뉴스를 보며, 때가 되어 수확은 하지만 제대로 비용이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논에서 낫으로 벼를 베고 있다. 김씨는 농약과 비료 등 모든 게 다 올랐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는 뉴스를 보며, 때가 되어 수확은 하지만 제대로 비용이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 넘게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원기(75)씨의 가슴은 무겁기만 하다.

늦여름 무더위도 물러간 21일 오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김씨는 가을걷이에 들어갔다. 올해 김포지역은 태풍 피해에서 비켜났고 날씨도 비교적 온화했던 터라 벼농사 작황도 좋은 편이었지만, 김씨는 ‘쌀값이 폭락했다’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들었다.

그의 한숨은 엄살이 아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9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일반계)은 20㎏당 4만1185원으로 1년 전(5만4758원)에 견줘 24.8%나 떨어졌다. 이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쌀값 폭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해와 올해 이어진 풍년으로 증가한 쌀 재고량이 꼽힌다. 또 정부가 쌀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2018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논 다른 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그대로 종료한 것도 농민들이 아쉬워하는 지점이다.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21일 한 농민이 추수 중인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21일 한 농민이 추수 중인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이날 콤바인에 시동을 걸고 집 앞 논에서 한나절 동안의 추수 작업을 마친 김씨는 벼가 누워 있는 또 다른 논으로 자리를 옮겼다.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는 논에서 김씨는 낫을 들어 손수 벼를 베기 시작했다.

“풍년이 들면 좋아해야 하는데, 마냥 좋아할 수 없으니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움큼 볏단을 쥔 손 밑으로 지나가는 낫이 서걱서걱 소릴 냈다.

“비룟값도 오르고 농약값도 오르고 안 오른 게 없는데, 어째서 쌀값은 떨어지는지 모르겠소. 이미 심은 거라 벼를 베긴 합니다만, 갖고 나가면 얼마에 쳐줄지, 손해나 안 봤으면 좋겠소만...”

쉴 새 없이 구부린 허리를 잠시 편 농부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보면서 다시 한숨을 쉬었다.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논에서 낫으로 벼를 베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논에서 낫으로 벼를 베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추수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추수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추수하다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경기도 김포시 누산리에서 50여 년째 벼농사를 짓는 김원기(75)씨가 21일 추수하다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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